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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선 지연으로 인한 KTX 연착 그리고 좌석유용 사용법생계형 라이프 2025. 7. 25. 19:28728x90반응형SMALL

아침부터 날씨가 심상치 않았다. 기온은 이미 30도를 넘어섰고, 바람 한 점 없이 공기가 끈적했다. 나는 오늘 동대구로 내려가야 했고, 미리 KTX 6:45분 아산역 출발 표를 끊어 놓은 상태였다. 퇴근하자마자 역으로 달려가면 딱 맞을 거라 계산했는데, 그게 화근이었다.

서울역 근처에서 1호선을 탈 때부터 불안은 시작됐다. 전광판에 떠 있는 “20분 지연”이라는 붉은 글씨가 눈에 확 들어왔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아, 설마… 오늘만은 제발…’ 속으로 기도하듯 되뇌었다. 아직 시간은 조금 남아있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6:06분쯤 아산역에 도착해 여유 있게 플랫폼으로 걸어갈 수 있었는데, 지연 20분이면 도착 예정이 6:26분쯤, 거기서 아산역에서 KTX 플랫폼까지 뛰어가도… 아슬아슬했다.
열차 안은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고, 모두들 짜증 섞인 표정이었다. 선풍기조차 없는 지하철 안에서 땀이 목덜미를 타고 흘렀다. 스마트폰 지도 앱에 도착 예정 시각이 점점 늦춰질 때마다 심장이 조여왔다. “제발, 딱 5분만 더 일찍…” 그렇게 몇 번을 되뇌었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아산역에 도착하자마자 숨도 고르지 못하고 전력질주를 시작했다. 더운 공기 속에서 마스크 안은 이미 축축하게 젖어 있었고, 옷은 땀으로 들러붙어 움직이기조차 버거웠다. 역사 안을 뛰어가며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지나갔는데, 그때 멀리서 KTX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 손목시계는 6:45를 막 지나고 있었다.
플랫폼에 도착했을 때, KTX는 이미 내 시야에서 사라지고 있었다. 그대로 무릎이 꺾일 뻔했다. “진짜 놓쳤네…” 한숨이 길게 나왔다. 손에 쥔 승차권에는 또렷이 ‘좌석유용’이라는 글자가 찍혀 있었다. 이건 분명 좌석이 배정된 유효한 표였다. 그런데 그 열차는 이제 이 세상에 없었다.
매표소로 내려갔다. 목소리가 떨리면서도 최대한 침착하게 말했다. “저… 지하철 지연 때문에 방금 열차를 놓쳤는데, 혹시 다음 열차로 바꿀 수 있나요?” 직원은 시선을 내 표로 옮겼다. 그리고 담담한 목소리로, “취소하고 다시 예매하셔야 하고, 취소 수수료는 15%입니다”라고 말했다.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단순히 좌석을 다음 열차로 옮기는 건 안 된다는 말이었다.
15%… 큰돈은 아니지만, 그보다는 그 순간 느껴진 허무감이 더 컸다. 분명 제때 출발했어야 할 지하철이 지연만 아니었어도, 충분히 탈 수 있었는데. 이 무더위 속에서 쏟은 땀, 뛰어다닌 수고가 한순간에 허무하게 느껴졌다. 결국 나는 취소를 포기했다. 직원에게 작게 “그냥 이 표로 탈게요…”라고 말했다.
좌석유용 표는, 원래 지정 좌석을 갖고 있는 유효한 표였다. 하지만 정작 그 열차를 놓친 이상, 나는 그냥 입석 승객일 뿐이었다. 더운 공기를 마시며 다시 플랫폼으로 내려갔다. 다음 열차, 17, 18호차 입석 칸은 이미 발 디딜 틈도 없이 붐비고 있었다.
열차가 움직이자 더위와 피곤함이 몰려왔다. 차가운 에어컨 바람도 그리 반가워 보이지 않았다. 온몸은 이미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고, 머리칼에서는 땀이 떨어져 바닥에 작은 점을 만들었다. 다리 근육은 금세 뻐근해졌고, 손에 쥔 가방은 점점 더 무겁게 느껴졌다.
주위를 둘러보니 나처럼 좌석을 놓친 듯한 얼굴들이 꽤 있었다. 한 젊은 남자는 표를 몇 번이나 만지작거리더니 한숨을 쉬었고, 옆에 선 여자는 에코백을 발에 두고는 벽에 기댄 채 눈을 감았다. 열차가 흔들릴 때마다 몸이 중심을 잃고 살짝 기우뚱했는데, 그럴 때마다 팔로 손잡이를 꽉 잡았다. 손바닥에 땀이 차서 미끄러질 것 같았다.
창밖으로 스치는 풍경은 분명 아름다웠을 텐데, 눈길조차 제대로 주지 못했다. 머릿속엔 ‘왜 하필 오늘…’이란 생각만 맴돌았다. ‘조금만 더 서두를걸, 미리 역에 도착할걸…’ 후회가 머릿속을 꽉 채웠다.
한참을 그렇게 서 있다가, 문득 손에 쥔 승차권을 내려다봤다. ‘좌석유용’이라는 글자가 여전히 반듯하게 찍혀 있었다. 하지만 지금 나는 입석이었다. 자리 없는 승객, 덥고 지친 몸으로 기댈 곳 없는 한 사람이었다.
동대구역에 거의 도착했을 때, 몸이 축 처지고 다리에 힘이 풀렸다. 열차 문이 열리자마자, 나는 뜨거운 플랫폼 바닥에 한 발 내디뎠다. 허리를 폈는데도 무겁게 내려앉은 피로감이 쉽게 가시질 않았다. 시계는 이미 약속 시간도 한참 넘겨 있었다.
플랫폼을 걸어 나오며 생각했다. ‘다음부턴 무조건 넉넉하게 움직여야지.’ 하지만 그게 늘 쉽진 않다는 걸 잘 안다. 인생은 언제나 변수투성이니까.
그리고 아직도 주머니에서 구겨진 그 표를 꺼내 보면, ‘좌석유용’이라는 글자가 애처롭게만 느껴진다.
내게는 허무했던, 그러나 다시는 잊지 못할 더운 여름날의 작은 기억이 되었다.
“좌석유용(座席有用)”
✅ 의미
• “좌석유용”은 쉽게 말해 이 승차권이 좌석이 지정된 유효한 표라는 뜻이에요.
• 즉, 이 승차권으로 좌석이 배정(지정)되어 있고, 해당 열차에 대해 정상적으로 좌석을 이용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 반대로
• “입석유용”이라고 되어 있으면 지정좌석 없이 입석(서서 타는 표)이라는 의미가 됩니다.
한국철도(코레일) 승차권 양식에 나오는 표현인데, 일반 승객 입장에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내부 구분 용어에 가깝습니다.반응형LIST'생계형 라이프'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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